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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맛본(本)'

이요나 2008. 9. 21. 08:28

'장인의 맛본(本)'


(요21:22)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올 때까지 그를 머물게 하고자 할지라도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


요한복음을 마치며  쏟아낸 설교들을 돌아보니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음식찌기를 보는 느낌이다. 성실치 못한 아쉬움을 양심이 매질해 온다. 그러나 나의 바람은 이 요리상만큼은 햇볕이 잘 드는 장독대에 올려 두고 장인의 맛을 찾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벗이 되게 하고 싶다.


匠人의 요리상에 올려 진 요한복음을 볼 때, 1장부터 3장까지를 에피타이저라고 한다면, 4장과 5장이 부드러운 스프,  6장부터 10장은 잘 구워낸 빵이다, 이때 상큼한 소스를 곁들인 셀러드로는 11, 12장이 제격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른 코스가 뛰어나도 메인디쉬가 부실하면 식탁은 망친다. 이를 위해 장인의 비장한 솜씨는 요한복음13장부터 17장 사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때 18장은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준비된 일품 디저트로서 식객의 입맛을 마무리한다.


장인(匠人)의 식탁에 초대받은 식객들은 이내 장인의 신들린 맛에 식귀(食鬼)가 되고만다. 장인의 신들린 손맛은 그를 찾는 지인들의 입맛을 돋우어 오장육부에  신들린 맛을 각인한다. 장인은 다만 그의 식객들이 참맛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식사가 끝나면 식객들은 모두 돌아간다. 아무리 천하 명장의 요리상이라도 배부른 자 앞에는 무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의 요리는 시장이 반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 신들린 식객들 중 더러는 장인의 맛을 재연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 어떤 화려한 식탁도 그 어떤 조미료로도 맛들인 식객의 입맛을 사로잡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는 장인의 손맛의 매력을 기억하고 있는 동안 그 언젠가 그 알고 있는 맛을 재연할 것이다. 신들린 맛이 스스로 그 맛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이 아이를 위해 장인은 스스로 자기의 수명을 아는지라 자기의 맛을 이어 갈 '맛본(本)' 을 만들어 놓는다.


주님은 제자들의 긴 여행길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셨다. 이 도시락은 요리장의 특선메뉴로서, 영원히 기억해 두고 싶은 名匠의 맛깔이 모두 담겨 있다. 이는 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식탁을 차려낼 제자들을 위한 '맛 본'(本)이다. 이것이 있다면 그의 제자들은 名匠의 신들린 맛을 재연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맛 본' (本)이 바로 요한복음 19장, 20장, 21장에 해당된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