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페페 이야기

이요나 2006. 4. 8. 18:17
 


오늘 읽고 생각해 볼 개구리 페페 이야기는 필리핀 민중교육의 선도자인 가르시아(Robert F. Garcia)가 그의 책 『민중교육과 또 다른 붕괴(Popular Education and Other Disruptions)』에서 소개하고 있는 흥미있는 개구리 우화 입니다.


 

 

옛날 옛날에 오래되고 진흙투성이인 우물이 있었습니다. 이 우물은 흔히 있는 우물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이 우물 벽에는 많은 구멍들과 삐져나온 돌이, 바닥에는 진흙 웅덩이가 있었으며 가장자리는 들쭉날쭉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우물이였지요. 그러나 이 우물은 적어도 세 마리의 개구리- 페페, 필라, 페트라 -가 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세 마리 개구리들은 이 우물에서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불만도, 걱정도, 다툼도 없이 아주 잘, 더할 나위 없이...... 삶이 더할 나위 없이 단순했습니다.


세 마리 개구리가 위를 쳐다보면 가끔씩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늘은 밝고 푸르렀으며, 작고 동그랬습니다.


먹이는 도처에 널려 있었습니다. 맛 좋은 파리와 빠르게 날라 다니는 벌레들, 그러나 이 것들은 개구리들의 혓바닥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꿀꺽!


젊은 페트라, 필라 그리고 페페는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이 개구리들은 팔짝팔짝 뛰어다니기도 했고, 뛰어넘기와 발 구르기를 하며 놀다가 싫증이 나면 솟구쳐 뛰어올랐다가 구르기도 했습니다. 개구리들은 빗속에서 노래도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개굴, 개굴, 개굴!


개구리들은 또한 하늘이 우물의 입구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불쌍하고 무식한 개구리들.

어느 날, 페페는 평상시보다 더 먼 곳까지 가서 서성대고 두리번거렸습니다. 지금까지 개구리들은 항상 우물 속의 오싹하고 캄캄한 구멍이나 틈을 마주치면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페페는 궁금증이 발동하여 우물의 굴곡들과 후미진 곳, 틈과 미궁과 같은 길로 뛰어들었습니다.

결국 페페는 바위로 된 평평한 곳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페페는 크게 한 번 도약을 해서 위로 뛰어올랐고, 우물 끝에 내려앉아 거친 숨을 내쉬었습니다.


자 보십시오! 페페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보았습니다. 이것은 너무도 밝아서 페페의 눈을 아프게 할 정도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태양이었습니다!


페페는 황급하게 친구들에게로 되돌아가 소리쳤습니다.

 


필라가 말했습니다.


페트라도 잇달아 물어보았습니다.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필라는 라고 말하며, 눈썹을 치켜뜨고 

 라고 덧붙였습니다.


페페는 계속 주장했습니다.


필라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페트라는 망설이며 중얼거렸습니다.

 

 


다른 개구리들을 설득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안 페페는 심사숙고하기 시작했습니다.

페페는 오랜 생각 끝에 필라와 페트라가 그 빛을 스스로 직접 보기 전에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페페는 설득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페페는 흥분된 목소리로 끈기있게 설명했습니다.


페트라가 대답했습니다.

그날 오후, 필라는 페페의 말대로 하는 것이 해로울 것이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손가락 운동을 하고 목을 돌리고 무릎운동을 하며 몸을 푼 후에, 필라는 벽을 향해 뛰어올랐습니다.


어떤 문제도 없었습니다. 필라가 커다란 틈 앞에 도착하였을 때 암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상보다는 높았지만 그럭저럭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필라는 크게 한 번 숨을 쉰 후, 땅을 힘껏 박차고 곶을 향해 팔짝 뛰었습니다.

 

필라는 그만 실수하는 바람에 땅에 쳐박히고 말았습니다.

필라가 지금까지 경험해본 어느 것보다 훨씬 아픈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필라는 다시 한번 도전했습니다

 

단지 몇 밀리미터가 짧았습니다. 필라의 도전은 계속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한시간이나 되풀이되었습니다.

결국, 필라는 상처를 입은 채 욕을 하며 포기했습니다. 잠시 쉰 후, 필라는 다른 수단을 강구하기 시작했고, 죽을 힘을 다해 바위를 향해 몸을 날렸습니다.


필라는 바위 끝을 간신히 잡을 수 있었고, 있는 힘을 다해 팔에 힘을 주었습니다. 바위 위로 온갖 힘을 다해 올라가려고 애를 썼습니다. 가까스로 상반신을 바위 위에 걸치게 되었고, 필라는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필라는 다음으로 뛰어 올라야 할 돌출한 돌들을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필라는 곁눈질로 자신이 뛰어야 할 거리를 가늠해 보았습니다. 필라는 거의 자포자기의 상태였습니다. 정확한 거리를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무엇보다도 몹시 피곤했습니다.

 

필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고, 곧 잠에 빠져버렸습 니다. 필라가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한 밤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필라는 주위가 약간 더 밝아졌음을 알고 의아해 했습니다. 필라는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필라는 용기를 얻어 자세를 고쳐 앉고는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거리를 가늠하고, 약간 뒤로 움추렸다가, 셋을 센 후에 뒷다리에 있는 힘을 다 주고 솟구쳐 뛰어 올랐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허공을 날라 결국에는 멋지게 정상에 착지할 수 있었습니다.

 

필라는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부드러우면서도 밝은 약간 얼룩진 둥그런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필라는 몹시도 혼란스러워 졌습니다.


필라는 달을 지긋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달의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말았습니다. 필라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오는 길보다 비교적 쉬웠습니다. 필라가 돌아오자 페페와 페트라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필라 곁으로 몰려왔습니다.


페페가 흥분해서 물어보았습니다.

 

페페가 필라의 말을 끊고 끼어 들었습니다


필라도 지지 않고 페페를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이때 페트라가 끼어 들었습니다.

 


 

 

페페가 할 수 있는 일은 머뭇거리고 있는 페트라를 설득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페페가 주장했습니다

 


필라도 지지 않고 반박했습니다. 페페와 필라의 논쟁은 페트라가 질릴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페트라는 참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페페와 필라 둘 다 말을 더듬었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다음날 새벽까지 전략을 짠 후에 똑같은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개구리들은 커다란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지만, 진정한 의지력과 협동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때는 늦은 오후였습니다.


해는 서쪽 지평선 위에서 따스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개구리들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페페도 필라도 먼저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페페는 이것이 자신이 전에 보았던 희고 뜨거운 물체와 똑같은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필라 역시 자신이 보았던 것 보다 이 물체가 확실하게 더 밝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페페와 필라 둘 다 웅얼거렸습니다.


페트라가 제안했습니다.


필라가 대답했습니다.


페페가 머뭇거렸습니다


페페와 필라가 동시에 말했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처음으로 일몰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광경은 정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달과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들은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약간의 불일치가 생겼습니다. 더 높이 올라가는 일은 확실히 훨씬 더 힘들었고, 불확실한 길들이 놓여있었으며 위험한 굴곡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세 마리 개구리는 진흙 투성이의 이끼 사이에서 발판을 확보하고 서로서로 밀어주었습니다.


어려운 등반이었습니다. 세 마리 개구리는 서로의 손을 놓쳐 여러 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개구리들은 연약한 가지로 뛰어올랐고, 방향을 잘못 잡기도 했으며, 미끄러운 이끼를 잡기도 했습니다. 뱀이 옆을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되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구리들은 번갈아 가며 앞장섰고, 다음의 행선지에 대해 토론했으며, 어려운 지역에서는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우물의 입구에 도달하였을 때 개구리들은 다 함께 멈추어 섰습니다. 개구리들은 바깥 세상을 살짝 엿봤습니다.

 

때는 마치 아침이었습니다. 해는 밝게 빛나고 있었으며, 나뭇잎들도 반짝거렸습니다. 필라, 페트라, 페페는 이 빛을 곁눈질로 보았고, 점차로 빛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개구리들은 점차로 서서히 새로 발견한 놀라움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나무들, 나비, 개구리들을 흘끗 보고 있는 두 다리의 생명체.


개구리들은 말했습니다.

개구리들은 조심스럽게 우물에서 나와 더 넓고 복잡한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으며, 곧 일어날 아름다움과 위험에 대해 스스로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밌게 읽어보셨나요?

어때요?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