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한음성

“하얀 추석“

이요나 2008. 9. 13. 13:07

“하얀 추석“


(요21:18)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젊어서는 네가 스스로 띠를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치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 가리라”



무더위가 지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 그 중심에 추석이라는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가 있다. 이 때가 오면 사람들의 마음은 고향을 향하게 되고 그 중심엔 부모와 형제의 끈끈한 정이 서려 있다.


내 기억 속에도 추석이 되면 어머니와 누이 그리고 동생과 함께 밤이 늦도록 송편을 빚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특별하게 음식 솜씨가 좋으셨던 어머니는 여름 내 텃밭 언저리에서 뜯어낸 쑥과 소나무 속껍질을 말려 둔 송기를 절구에 찌어 쑥 내음과 송기 내음이 물씬한 송편을 빚으셨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솔 잎 위에 얹어 막 쪄낸  버선 코 같은 송편이 코끝을 때리고 지나간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광경은 내 인생에서 막을 내린지 이미 오래다.


자식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명줄을 놓으신 어머니께서 내 곁을 떠나신지 어언 삼십년 나는 이제 곧 내 어머니의 나이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어머니만 생각하면 내게 있어 추석은 지옥이다. 이 날이 되면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몰라 안절부절 댄다.


일본에 있을 때에는 이 날이 싫어 산사를 찾아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다. 아마 어머니가 불공드리던 산사에서 어미의 흔적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몇 년째 어미의 산소를 지척에 두고도 찾지 못하는 나는 이 원통함을 언제나 풀 수 있을런지....


며칠 전 꿈에서 어머니께서 두 번이나 나타나셨다. 돌아가신 후 한 번도 보이시지 않으셨던 어머니께서 얼마나 급하셨든지 두 번이나 연거푸 나타나셨다. 그때에도 어머니는 아들의 빈 주머니를 걱정하고 계셨다. 저승에서도 전전긍긍하는 아들이 안쓰러우셨는가 보다.


나이가 차니 이 추석은 더욱 마음이 모질다. 자식이 없어 누구를 기다릴 필요조차 없는 하얀 추석이지만 마무리해야 할 길목에 들어선 내게는 나의 추석을 기억해 줄 아들조차 남길 여유조차 없다. 아서라 그래도 못난 아들의 영생을 위한 어미의 사랑이 각인 되었으니 내게 남은 세월을 아껴 그 은혜를 보답하여야 하리라. (주여 .내가 주의 뜻대로 살고자 하오니 주께서 나를 긍휼히 여기시거든 내 어미의 영혼을 돌아보소서)


'세미한음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쩍새 소고(小考)’  (0) 2008.10.17
'인생과 떡‘  (0) 2008.10.04
2008 0831 진리가 무엇이냐?  (0) 2008.08.22
2008 0809 평안의 지혜  (0) 2008.08.10
2008.0803 참 포도나무 열매의 기쁨  (0) 200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