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흔적들

불타는 청춘, 꽃뱀(1)

이요나 2007. 6. 15. 10:11
불타는 청춘, 꽃뱀(1)

 (말씀나라,이요나,구매

* 김포 장릉산 기슭
내 고향은 김포 비행장에서 50리 정도 더 들어간 김포 장릉산 기슭의 당곡이라는 부락이었다. 지금은 인천과 수도권 위성도시로 선정된 김포시가 되어 어린 시절에 느끼던 그러한 풍치는 없어졌지만 장릉산 기슭을 밟던 애뜻한 추억들은 아직도 가슴에서 상큼한 향기를 발하고 있다. 장릉산 기슭은 유난히도 뱀이 많았었다. 오 유월이면 신작로를 거슬러 지나가던 뱀들이 자동차에 깔려 시퍼런 선혈이 뭉그러진 채 죽어 있었고 나는 그 뱀의 시체를 피해 침을 뱉고 지나가곤 했다. 또래들에 비해 나는 유난히도 뱀을 무서워했었다. 특별히 초록색 비늘에 붉은 반점의 새빨간 혀의 독사는 꿈에서라도 두 번 다시 볼까 소름이 끼쳐 온다.

내가 독사를 유난히 싫어하는 데는 내 인생의 체험을 통한 두 가지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한번은 땅에 기어다니는 독사 꽃뱀의 체험이었고 또 한번은 내 삶 속에 숙명처럼 다가온 꽃뱀들의 실체 속에서 방황해야 했던 삶의 아픔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일이었다. 서울로 유학을 온 나는 주말이면 꼭 어머니가 기다리시는 김포 집에 내려갔다. 그 때만해도 그림 그리기에 남다른 취미를 갖고 있어서 캠파스를 옆에 끼고 나즈막한 초가 지붕 사이로 내다보이 들판을 화폭에 담기 위하여 앞산 산소 터의 커다란 장송나무 밑으로 가곤 하였다. 그 날 늙은 소나무 가지에는 오월단오 놀이에 쓰기 위하여 매여 놓은 그네 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오월의 산책과 꽃뱀
오월 따뜻한 봄볕과 어우러진 싱그러운 바람은 지금 생각해도 과히 에덴의 동산을 떠올리게 할 만큼 상큼했었다. 간간이 음율을 맞추어 울어주는 뻐꾸기 울음소리, 그리고 물 찬 제비들이 날아가는 사이로 소를 모는 농부들의 흥타령에 허리춤을 덩실 추어대는 아낙네들의 웃음소리라니....

지금은 소설과 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하얀 캠파스 위에 녹음방초와 잘 어울려진 황토 흙의 향기를 힘있게 토해 나가던 나의 붓 놀림은 흡사 화가의 아들과도 같았다. 하늘과 각양 각색의 푸르른 나무들과 철죽꽃 향, 그 사이 길을 따라 개울 건너편 논두렁을 맞물려 펼쳐진 김포 평야! 그리고 황토 흙과 어울려 보리 이삭을 피어내는 들판을 가슴에 담고 그것을 화폭에 담을 수 없는 아쉬움에 지쳐 잠시 누어 청명한 하늘을 담는 순간 그 평화를 깨고 엄습하는 공포가 있었다.

그 느낌의 순간 지구가 멎어지면서 내 머리털이 곤두선 채 내 의식은 심장의 고동소리조차 내기를 꺼리고 있었다. 흡사 지옥 사자가 내 혼을 감아 채려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그 순간에 내가 그 무엇을 보았다는 감각이 아니라 그 머리 털끝으로 감지된 무엇에 대한 공포가 내 뇌 속으로 전달되어 평소에 알고 있던 그 빨간 아가리의 독사의 모습이 내 동공(瞳孔)안으로 감각된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여 인간의 자기 보호능력을 통하여 예지 된 그런 본능적 투시(透視)였다.

그 순간은 감히 눈동자도 돌릴 수조차 없었다. 심장의 고동이 얼어붙어 흡사 냉동인간이 되어 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죽음을 다투는 절박한 순간의 인간은 오히려 초연해 질 수 있다. 밤이면 무서워서 대문 밖 화장실조차 어머니 손목을 잡았던 내가 이처럼 초연해 질 수 있다는 것은 나도 모르는 어떠한 능력이 솟아 나왔기 때문이다. 인간이 극도의 공포와 냉혹에 도달하면 인간의 의식은 더 잔인해진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이후부터 나는 어떠한 것에 쉽게 놀라는 반면 짙은 두려움과 공포에는 깊은 사고로 대처하는 냉철함이 생겼다. 나의 냉철한 의식은 그 무엇인가를 속행하여야할 절박한 절규를 갖고 있었으나 그러한 나의 생각을 표현해 줄 감각기관은 마비되어 있었다. 마비된 뇌리를 사로잡은 물체는 나의 동공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학교 등교 길을 가로막고 길바닥에 짓이겨진 체 찢겨져 있던 그 무서운 빨간 무늬의 꽃뱀 독사의 얼굴이었다. 그때를 생각한면 아직도 그 물체는 내 혈관을 타고 기어가고 있는 듯 하다. 바로 그 실체가 나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있는 것이다. 그 거리가 심히 가까워 도망할 순간조차 포착하지 못한 찰나 속에서 그 누군가가 나를 구해 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절박한 순간이었다.

*처음 불러보는 하나님 이름
나는 그 때 내 생전 처음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나에게 있어서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은 국민학교 3학년 때 미군 트럭에서 쵸콜릿과 함께 던져주던 그림 쪽 복음에서 만난 마구간의 아기 예수가 전부였었다. 그리고 서울 형수 집에 기거하면서 형수 손에 이끌려 나간 군인부대 안의 천막교회에서 가끔 따라 부르던 찬송가와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귀에 와 닿던 군목들의 설교는 나의 영혼을 깨우칠 만한 지식이 되어 주지 못하였었다.

나는 그때까지 하나님에 대한 아무런 지식을 갖지 못하였고 다만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태어나면서부터 스스로 터득된 하나님의 개념과 귀동냥을 통해 들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오셨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고 그를 믿으면 구원받아 천당에 간다는 신학적 교리가 내 사고와 이성을 무시한 채 머리 속에 세뇌 되어버린 일방적인 지식뿐이었다. 그러나 이 절박한 죽음의 순간에 나의 앞에 다가온 예수의 이름은 내 동공을 뒤덮고 있는 하늘같은 존재였다.

새까만 죽음이 입술 언저리를 타고 파고드는 순간이었다.이 절박의 순간 어디서인지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또 다른 나의 목소리가 구원자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예수여 나를 구원하소서!" 그리고 나는 옆집 아저씨가 깨우기까지 시간을 잃어 버린채 누어 있었다

족히 4시간은 지났을 때였다. 그러나 나는 깊은 잠을 자고 난 것처럼 평안하였고 두려움의 고통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어딘가 먼 곳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무슨 꿈을 꾸고 난 것 같기도 했다. 부시시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내 주위에는 뱀의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고 그리다가만 시골풍경만이 미완성이 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멍하니 앉아서 기억을 되살려보니 아주 먼 곳에서 있었던 공포의 순간이 전쟁터의 필름처럼 내 기억의 한쪽에 비켜서 있었다. 그러나 그 꽃뱀의 냉혹한 눈 빛과 금방이라도 물어버릴 갈라진 혀를 내 보이던 꽃뱀 독사는 분명 짧은 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실신한채 깊은 잠 속에서 공포의 시간을 잃고 있었던 나의 의식은 그 죽음의 무게를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평안함은 후일 많은 인생의 강을 건너 주님의 안식의 강에 들어 와서야 그것이 하나님의 평안이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 찰나에 느꼈던 두려움과 그리고 몇 시간 동안 잃어버린 의식 속에의 평안은 마흔 세 살이 되어서야 하나님의 강가에서 찾을 수 있었다.

P.S. 위 내용은 나의 어린시절로부터 섭리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술회한 것으로 내일 다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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