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공포
그 사건 이후 무척이나 산을 좋아하던 나는 이제 집 앞의 동산마저도 오르기를 두려워했다. 이러한 공포의 증상은 군에 입대한 후에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하였다. 그 뱀에 대한 공포는 나의 머리 속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두려움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뱀에 대한 증오와는 달리 나의 삶의 한 쪽에서 꽃뱀의 실체가 살아서 숨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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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뱀에 대한 기억은 땅 속으로 스며들어간 체, 우리 생활 속의 어느 한 소년의 서글픈 이야기로 이어져 간다. 자살을 연구하던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교수대에 달린 사람들은 모두 마지막 찰나의 극치(極致)의 환희를 감각하며 정액을 분비한다고 한다. 그것은 인간이 어떠한 극도의 공포와 흥분이 최고조에 다다를 때,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순간에 발생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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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발생되는 파워는 궤도로 진입하기 위해 분리되는 로켓트에 비교할 수 있다. 다시 말하여 이것은 인간의 생의 마지막 끝에 남아 있는 모든 에너지가 분화되는 지극히 짧은 찰나의 감각으로서 인간의 언어로 감지할 수도, 표현할 수 없어 인체에 속하지 않은 또 다른 감각을 통하여 느껴지는 꽤감이라고 한다. 꽃뱀이 소년의 짧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던 순간,소년의 생명은 끊어내기 직전 교수대에 걸려 있는 실 낱과도 같았다. 그 숨결은 권능자의 손에 간수되어 다시 세상으로 되돌려지기까지 육질(肉質)의 껍질에서 벗어나 영겁(永劫)의 세계로 돌입할 때 발생하는 쾌락을 체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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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국의 문명은 사춘기와 함께 또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소년의 감성을 충족시키기에 너무 뒤져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 시대의 다른 아이들보다 앞선 문명의 이기(利器)를 접하며 살았던 것도 아니다. 다만 이것은 하나님으로부터 계획되었던 숙명의 태엽이 서서히 풀려 나가는 과정으로서 아직 완전한 것을 터득지 못한 인간의 선택이 창조주의 지식을 따르지 못한 채 현실과 타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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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즉 지식과 체험과 그리고 감성과 이성까지도 초월한 초현실적 이데아를 실현시키기 위한 인간 탈피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남보다 조숙하다는 말로 표현하기는 이상할 정도로, 이 소년의 육체는 그 어떠한 최고의 경지에 도달된 쾌락을 이미 체험하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그 후 소년의 어린 영혼은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하여 현실 세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충동의 세계는 소년의 현실적 연령을 훨씬 뛰어 넘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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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자아
허기진 소년의 이상(理想)은 자아를 채우기 위하여 헤밍웨이의 장서(藏書) 속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톨스토이의 죄와 벌 속에서 인간을 발견하며 어린 영혼의 카타르시스를 위하여 소년은 또 하나의 주홍글씨를 쓰고 있었다. 결국 그 짧은 인생의 테마 속에서 터득한 철없는 지성(知性)은 데미안의 뜰에서 신(神)들과의 호홉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생한 교만한 마음은 현실을 질투하며 꿈속의 천사들과 어울려 깊은 하늘 저편 열두 궁성을 넘나들고 있었다. 이렇게 신비를 향한 소년의 이데아 여행은 인생의 태엽을 추스리지 못한 체 미로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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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가 소년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 저만큼 비껴 서있던 그 꽃뱀은 화려한 웃음을 지으며 소년의 연약한 숨소리를 이끌고 불타는 청춘의 늪으로 들어갔다. 날이 갈수록 그 꽃뱀은 황홀한 유혹으로 내려앉아 어린 육체의 새로운 생리적 변화를 요구하며 지난날 소년이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맛보았던 쾌락을 실현시키고자 애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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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지성과 지각(知覺)을 갖추지 못한 무분별한 소년의 이성은 누구의 지도를 받지 못한 채 궤도를 떠나 깊은 늪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학교를 오가며 매일 겪어야 하는 통근 기차 안에서 비벼대는 육체들, 그리고 밤이면 자취방 건너 문풍지 사이에서 술 취한 병사를 이끌고 들어 온 주인집 딸의 신음소리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또한 주말이면 소년의 발걸음은 집 뒤의 과수원 어두운 숲 속으로 숨어 들어가 욕정을 불태우는 활동사진을 훔쳐보며 충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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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실습
이론이 충분할수록 실습에 임하는 사람은 담대함을 갖게 된다. 사춘기의 우유 빛 얼굴에 볼그스레한 달아 오른 홍도(紅桃)는 SEX에 굶주린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유혹이란 구태여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쉽게 필요를 충족시킨다.
나의 인생 속에서 스스로 터득한 것은 더러운 마음 속에 불타는 욕정은 언제 어느 때를 막론하고 수요와 공급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구태여 어떠한 행동을 전개할 필요도 없다. 그냥 꿈틀거리는 마음을 지피며 거리 한 쪽에 서 있기만 하여도 허기진 욕정들은 기름가마처럼 불붙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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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의 불타는 육체는 달려드는 세상의 충동을 수용하기에 용감했다. 그 후로 소년의 가방 속에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플레이보이 잡지와 사춘기 소년의 가슴을 불태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야담집으로 가득했다. 채워지지 않는 굶주린 소년의 동정(童貞)은 주말이면 통금을 맞도록 삼류극장 깊은 어둠 속에서 꽃뱀들 속에서 랑콤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이 살아 있는 지옥은 내 영혼의 주인이 찾아오는 그 시간까지 그대로 덮어두었어야 했었다. 주여 용서하소서 주께서 이기시리로다. 주는 영존 하시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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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이야기는 소설 속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숨을 쉬며 살아왔던 그리스도인의 이야기다. 나는 지금 이 땅의 방황하는 젊은 영혼을 사로잡고 있는 사단의 끊질긴 역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우리의 무관심 속에 다가오는 악한 환경들로 인하여 사단에게 유린당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세상에는 열역학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보다 더 큰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 있다. 이제 다시 한번 돌아 보십시다. 20세기 속에서 사단은 또 어떠한 꽃뱀의 형태로 당신과 우리의 환경 속으로 숨어 들어 오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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