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한음성

나 홀로 집에(1)

이요나 2001. 12. 29. 10:58
년말이라는 단어가 품안에 들어 오면서 마음이 서글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오십이 넘어 혼자사는 사람의 마음일 것입니다..
년말이면 여러가지 돌아보고 정리도 하고많은 생각에 쌓이게 마련이지요,,
해마다 년말이나 명절이되면 제일 고통스런 순간입니다
우선 내 주변의 사람들이 고향이나 일가친적들 집으로
떠나기 때문에,,
나홀로 집에있게 됩니다..

년말 티비라는 것이 참 별별일 없구요,,심심뻐꾸기가 되기 일수 입니다
그리고 우선 식당도 문을 닫고 혼자서청승맞게 식당가는 것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쵸콜릿이나 비스켓 그리고 귤이나 사과한쪽..그리고 밤 늦게 라면을 끓여 먹게 되지요,,
그러나 이처럼 궁상맞은 나홀로 집에는 지금부터 20년전 일본에서의 생활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원래 나는 화려한 년말을 보내던 사람입니다..이태원 제왕 시절에는 휘하에
수많은 가족을 거느린 탓에 무슨 날이되면 잔치를 별렸었습니다..
3군데 클럽의 종업원만해도100명이 족히 넘었으니까요,,
50평 아파트에는 요리 잘하는 아주머니가 상주하고 있었고,,
년말이면 150평의 클럽에서는 늘 종업원을 위한 특별 파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31일 밤 늦게 나는 미리 예약해 놓았던 호텔로 들어갔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호텔은 워커힐이었습니다,..그곳은 우선 강을 바라 볼 수 있는
경취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녁이면 카지노, SHOW 등 무료함을 보내기 좋았습니다..
로비라운지에는 라틴 캄보밴드들의 연주가 흥겨웠습니다
술은 전혀 입도 못대는 체질이었지만 콧끝을 향기롭게하는
헤네시 코냑 한잔정도는 분위기상 즐겼습니다..

여기쯤되면 내 옆에 누가 있었을까 생각을 하겠지요,,
그러나 미안하게도
내 옆구리는 시렸습니다..일부러 사람들의 아우성을 피하여 혼자만의 낭만?을
즐기고 싶었었는지도 모릅니다..

10여년을 같은 습관 속에서 지냈습니다..저의 클럽은 신년이면
3일간 쉬었기 때문입니다.. 3일동안은 호텔에서 목고 자고 먹고자고
아무 것도하지 않고 혼자의 멋을 즐겼습니다..

최고의 의상에 최고의 장신구를 걸친 신사의 모습으로
저녁이면 일식당을 즐겼습니다,.,.
점심은 역시 스테이크였지요,,그리고 아침은 역시 된장국냄새 그윽한 한식
정찬이 좋았었습니다..이쯤되면 왕이 부럽지 않지요?

이 왕자병 습관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그곳에서도
년말이면 신쥬큐에 있는 힐튼 호텔로 들었습니다.,.사람마음이
간사해서 자기의 몸에 배인 채취와 향취를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혼자만이 즐기는 낭만 허전하고 쓸쓸하고 뼈가 사모쳐 오기도하지만
클럽 3개를 운영하면서 매일밤 지옥속을 헤매던 밤의 황제로서는
조용한 아침 조용한 밤이 필요했었습니다..

물론 그 때 나는 예수를 믿고 있었습니다..나의 작은 가방 속에는
성경이 들어 있었고,,3일간 나는 성경을 읽었습니다..제 생각으로는
3일동안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던 것입니다.,.

그 때는 지금같은 성경적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신년 시작에
성경과 함께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났었습니다.
지금도 내 손에 걸쳐진 검은 가죽 가방은 성경을 담고 다니던 것입니다.

이러한 생활이 한국에서 7년 일본에서 7년입니다.. 그리고
나는 목사가 되어서 서울로 돌아 왔지요,,그런데 이게 몹니까,,
서울에 온 후부터는 내 아릿다운 추억만들기가 송두리채 날라가 버린 것입니다..

목사다 되었다는 체면감 때문인지,, 호텔 가는 것이 마음으로부터
거북스러웠구..우선은 돈에 자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14년의 습관은 몸에 배어 있어서 년말이 되면 내 마음은
고향을 찾아가고 싶은 연어처럼...안절부절됩니다..

2년전에는 견딜수 없어서 1월1일 아침 무작정 워커힐 호텔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빈방이 없었다는 것입니다...그래서 하는 수 없이
워커힐 한쪽 모퉁이에 동구마니 자리잡은 한강호텔에 방하나를 구했습니다..

작은 온돌방이었습니다..한강이 내어다 보이는 정취가 있어서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오래된 호텔이라서 방안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지만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 속에서는
옛날 분위가가 가추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로비라운지도 없고
커피숍은 미아리 삼류 다방같고,,,라틴밴드는 커녕 유행가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손님은 거의다 복덕방 아저씨들이었습니다..그래도 나는 옛날에 걸치던
이태리제 카시미아 롱 코트에 순 올 머플러를 두른 멋쟁이였는데,,
정말 주변이 받혀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도 방에서 한강 정취를 바라보며 성경이라도 읽어야지 하고 올라갔습니다..
욕실은 목욕조차하고 싶은 마음이 나질 않았습니다.. 난 호텔이
그렇게 초라한 것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 때까지 내가 다니던
호텔은 특급이었으니까요..

성경을 읽으려 아무리 분위기를 잡아도 뒤적거리다 말게 되었습니다..
전혀 분위가가 잡혀지지 않았습니다....저녁이 되었습니다..
창밖의 풍경은 그런대로 내 마음을 달래주고 있었습니다..나는
성경은 덮어 두기로 하고,, 오늘 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잠이나 푹자기로 작정했습니다

정말로 나홀로의 밤이었습니다..
그날은 주님도 연휴라서 쉬시는지 내게 오지 않았습니다..
졸다말다 하였는데 갑자기 요란한 음악소리가 터지는 것이었습니다..
찬송가가 아니고.,.. 감미로운 라틴 뮤직도 아니고,,뽕짝 탱고가 흘러
나오는 것입니다.. 베이스 스피커의 소리가 어찌나 큰지 심장을 흐들어 대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그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나섰더니 내 방 위에
나이트 클럽이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묶은 층은 나이트 클럽의
술취한 손님을 받기 위하여 비워두는 곳이었습니다 ..나는 결국 3일간의
예약을 취소하고,,신년 초하루 새벽문을 박차고 나홀로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 후로 나는 몇년동안 나홀로 집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아.. 2001년의 마지막은 어떻게 보내야 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