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05:15) 이르시기를 나의 기름 부은 자를 만지지 말며 나의 선지자를 상하지 말라 하셨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2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새해를 맞는 기쁨에 설레어 잠을 설쳤었는데 이제는 도리어 새해로 인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때쯤이면 한 시절을 풍미하던 가수가 허연 머리털을 가르며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 있나요“하고 세월의 안타까움을 노래하곤 한다. 목사라도 이 노래는 구성지게 넘어가게 마련이다.
작년 연말에는 떠난 사람들로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었는데, 한해가 지나니 떠나간 사람들의 옛사랑이 더 큰 그리움으로 가슴에 다져진다. 그래서 사람은 옛사람이 좋고 옷은 새것이 좋다고 말하는가 보다.
지난 열두달 삼백육십오일을 돌이켜 보니 아수라장의 세상 틈새에서 큰 탈 없이 지나 온 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과 망하는 사람들의 절규로 얼룩진 말세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조차 감사한 일이다.
그러니 옛말에 죽은 사자보다 산 개가 낫다하고 저승이 꽃밭이라도 개똥밭의 참외가 한결 낫다는 말이 그저 생긴 말은 아니다.
살아갈 날을 세어보니 어느새 내 인생의 끝자락이 눈에 훤히 잡혀 오는 것 같다. 보잘 것 없는 인생살이였어도 참으로 오랜세월을 살아 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인생은 다 자기의 정해진 날들을 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죄인의 인생에서 생노병사는 필연적 운명이다. 여기에 인과응보의 고통을 더하면 인생은 쫄아 붙은 엿기름과도 같다. 청춘에는 세상이 자기 것이라 했어도 늙으면 집이나 밖에서나 한데이다.
허물어진 집에서 얻어 낼 세간이 없고, 인생 속에서 칭찬 받을 역사가 없으니 아서라 나는 한평생 잘 살아 왔다고 말해야겠다. 내 인생의 역사를 부정하면 나도 섧고, 나를 낳은 부모도 섧고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도 서러울 것이니 아서라 내 인생아 너는 참 복되었다 말해야겠다.
이제라도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그리스도의 은혜이다. 세상에서는 실패했으나 그의 은혜가 있어 하늘을 향한 소망을 쌓게 하였으니 나의 작은 소망은 아직도 유효하다. 갈수록 쪼그라지는 노인일지라도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전설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고 보니 남아 있는 날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가 느려지고 다리 힘이 풀리는 날이 되면 남은 지혜는 무용지물이다. 그날이 오기 전에 쌓아 온 경륜이 빛을 발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내가 시편 기자를 빙자하여 “이스라엘은 자기를 지으신 자로 인하여 즐거워하며 시온의 자민은 저희의 왕으로 인하여 즐거워할지어다”(시149:2) 노래하리라! 그러므로 내가 복되도다 축복하노라! 아멘! (이요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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