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한음성

(미션트립2)몸살 앓는 청도의 밤

이요나 2004. 6. 2. 10:26
(미션트립2)몸살 앓는 청도의 밤 [갈보리채플] [사이버대학]

(고후7:10)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후회할 것이 없는 구원에 이르게 하는 회개를 이루는 것이요 세상의 근심은 사망을 이루는 것이니라

* 혼돈의 밤

5월 26일 제임스 형제와 두번째 방문길은 공항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6년만에 방문한 고국이라 연일 계속된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여독이 풀리지 않았던 제임스 형제는 결국 중국 여행을 떠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하늘로 향한 옥탑의 요나의 침실을 제임스 형제에게 내어주고 응접실 쇼파에 누어 잠을 청한 나는 무슨 사연인지 밤새도록 잠을 설쳐야했습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는 버릇이 있지만 밤새도록 누군가에 쫓기는듯한 격동의 밤을 지세야 했습니다.

4시가 되도록 잠을 청할 수 없는 상황이 이르자 나는 언제나처럼 습관을 따라 일어나 앉아 주님의 공간으로 들어갔습니다. 혼란과 평안이 겹치는 기도의 공간은 심한 영적 투쟁의 연속이였습니다. 이것은 오늘이 석가의 탄신일이였기 때문은 아니였습니다.

밤새도록 얼마나 아팠던지 아침이 되서야 겨우 평온의 잠에 든 제임스 형제의 얼굴을 보며 단 한시간이라도 잠을 더 재워야겠다는 생각에 발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여행준비를 하였습니다. 이어 우리는 7시에 집을 나와 교회에 와서 보따리마다 나누어 책자들을 여유있게 챙기며 이 책들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누가 이러한 정성을 기억해두겠습니까마는..)

우리가 인천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9시였습니다. 인천에 사시는 민여사님께서는 우리의 환송을 위해 7시부터 나와 계셨습니다. 나는 민망하게도 우리의 여행 출발 시간이 10시인데 인천에 사시는 민여사님께서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는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민여사님은 우리의 출발 시간이 9시인 것으로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티켓을 받기 위하여 탑항공 카운터에 이르자 안내 직원들은 우리에게 난색을 짓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탑승할 비행기는 9시에 이미 출발한 터였습니다. 어이없게도 나는 6월7일 미국행 출발 시간인 10시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좀처럼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는 나로서는 나의 이러한 착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2시행 민항으로 티켓을 새로 구입하고..(이궁.. 3만원의 해약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아직 몸살을 풀지못한 제임스 형제를 지하 사우나에 눕혀놓고 나는 티켓 구입과 출국에 따른 수속을 밟기 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그나마 나의 착오로 사우나에서 두어시간 몸을 지진 제임스 형제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이런 것을 가리켜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것인지...)

*안개낀 청도
2시에 출발한 우리의 비행기가 도착한 시간은 청도 시간으로 1시 20분이였습니다(서울과 1시간 시차가 있음). 이미 전화로 마중을 나오기로 하셨던 JS형제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JS형제와의 만남은 이번이 두번이지만 형제는 오랜 친구처럼 나를 맞아 주었습니다.

나는 JS 형제의 차를 타고 윙스호텔로 가는 동안 무엇인가 답답히 막혀있는 공간을 감지하였습니다. 청도의 날씨가 안개에 쌓인 탓도 있었지만 나는 JS 형제를 만나는 순간부터 그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근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역시 오랜 세월 외국생활에서의 여러가지 문제를 접해왔던 터라 그의 마음에 쌓인 현실의 문제를 위하여 묵묵히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뿐이였습니다).

윙스 호텔에 여장을 푼 우리는 JS형제와 그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습니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결국 청도에 펼쳐질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였습니다. 나는 여러가지 일과 걱정으로 격동되어 있는 JS형제를 보며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근심이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이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주께서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후회할 것이 없는 구원에 이르게 하는 회개를 이루는 것이요 세상의 근심은 사망을 이루는 것이니라"(고후7:10) 하셨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예배
저녁이되어 우리는 함께 소머리 국밥으로 요기를 채운후 수요예배를 드리기 위하여 연합교회로 들어 갔습니다. 연합교회는 20여명 남짓한 성도들이 찬송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방문시 청도 연합교회의 뜨거운 복음의 열정을 체험터라, 무엇인가에 막힌듯한 우리를 평강의 강으로 인도하리라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예배로의 흥분된 나의 기대는 잠시일뿐 예배실에 들어간 순간, 나의 영은 그 무엇에 의하여 사정없이 거부당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예배 참여한 성도의 숫자와도 임시 목사의 설교와도 무관한 것이였습니다. 불과 한달 사이에 기쁨과 소망으로 충만하던 예배의 생기를 잃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서글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은 임시로 선임된 MH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죄송스럽게도 나는 마음 속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억제하느라 설교에 몰두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배를 마치자 성도들은 묵묵한 얼굴로 사랑의 교제를 나누지 못한체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나역시 TS 형제와 GH 형제에게 가벼운 악수를 나누고 호텔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청도 시가지를 달리는 우리의 공간에는 계속 침묵이 깔리고 있었습니다. 차안에서 무거움을 감지 하였던지 처음으로 만나 택시를 동승한 SR형제와 나는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님과 함께'라는 찬미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두운 밤을 가르고 흐르는 찬미는 성도의 마음을 위로하기 충분했습니다.

사정없이 눌림을 당하는 나의 영은 기쁨의 찬양으로 알 수 없는 슬픔을 떨쳐버리고자 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의 허전함은 어떤 위로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의 공간이였습니다.( 왜 내가 이곳을 다시 왔어야 했을까.....)

나의 안쓰러운 마음을 읽는 제임스 형제의 잔잔한 미소로 위로를 받으며, 나를 따라 선듯 중국여행을 동행한 제임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북경과 상해의 볼거리를 택하였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찬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청도의 밤이 깊어질수록 나의 영은 이 밤을 어떻게 지샐까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션트립3는 청도의 환상으로 이여집니다)